던전의 완성을 축하드립니다. 마스터님.
수고하셨습니다.
모험가들의 운명이 움직여 곧 던전으로 향할 것입니다.
마스터님의 던전은 도전과 위험, 그리고 놀라움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어 그들을 반길 것입니다.
그들이 던전에 맡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켜봅시다.
세피나 던브링어는 루네스테드 마을의 시장가에서 주민들의 떠드는 소리, 흥정하는 대화, 그리고 행복한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이 동네가 그녀의 새로운 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그녀의 두 눈은 황금빛으로 빛나며, 붉은 머리칼은 햇빛 아래서 섬광처럼 번쩍였다. 정적인 풍경 속에서 세피나는 변방 마을의 경비단장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요한 소식이 그녀에게 전해졌다. 마을 주변에 던전이 생겼다는 충격적인 보고였다. 악의가 가득한 정체불명의 공간, 변방의 마을 정도는 괴멸시킬 수 있는, 악명 깊은 존재인 던전이 마을 인근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세피나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쥐고 느꼈다. 검을 쥐고 싶다는 그 욕구, 오명을 벗고 싶다는 그 열망,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을을 지키고 싶다는 그 진심어린 바람이 그녀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이 곳에 오게 된 것이 이를 위한 숙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경비단장님, 던전은 모험가들의 영역입니다. 저희가 어찌하기에는..."
던전의 악명을 잘 알고 있던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세피나는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서둘러 모험가를 수배하고 만약을 위해 마을의 방비 태세를 갖추십시오. 저는... 던전의 초동 탐사에 직접 참가하겠습니다."
세피나는 기사의 갑옷을 입고 그녀의 검과 방패를 손에 쥐었다. 그것은 엘도리아 왕국의 방패이자, 던브링어 가문 출신의 기사로서 그녀의 존재 이유였다. 황금빛 눈에 담긴 결의와 확신이 햇빛에 반짝였다.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그 눈빛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녀의 결의였다.
여무 신은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깨어났다. 갈색 피부는 희미한 빛에 거칠게 번쩍였고, 금발은 어둠 속에서 잔물결처럼 흔들렸다. 그녀는 텅 빈 등 뒤로 무게 감을 느꼈다. 그 무게는 세월과 기억, 그리고 총포의 무게였다. 여무는 피곤한 몸을 일으키며 벽에 세워진 실바니안 총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식료품점의 낡은 우드카운터에 걸터앉아, 오늘 아침의 소식을 듣기 시작했다.
"새로운 던전이 생겼어. 모험가들이 벌써부터 소란을 피우더라고."
주인장의 말에 여무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총포를 쓸어 내렸다.
"초동 탐사를 위한 수배가 있겠군요."
여무의 목소리는 희미하고 건조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주변이 잊을 수 없었던 익숙한 광경으로 변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총포를 쥐고 서 있었다. 폭음과 함성 사이에서 그녀는 사활을 손에 쥐고 서 있었다. 여무는 심호흡하며 기억을 털어냈다. 그녀의 마음이 잠시 과거의 전장으로 돌아갔었다.
'20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나는 그 곳에 있구나.'
그녀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그 날의 명예를 되새기며 씁쓸하게 눈을 떴다.
총을 쏘는 것 외의 재주가 없었던 그녀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모험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전쟁 이후 던전 내부 외에는 총포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여무는 수 많은 안전장치가 달려 장난감처럼 되어버린 자신의 총포를 쥐어들고 일어섰다.
'신 여무 중사님. 근무 나갈 시간입니다.'
그녀는 속으로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아리아 스타프로스트는 연구실의 창밖으로 밖을 내다봤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별들을 보지 못했다. 그녀의 시선은 책상 위의 논문 뭉치로 돌아갔다.
"던전과 마력의 상관관계..."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의 눈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너무 낡은 이론을 사용했고, 이거는 근거 자료에 대한 교차검증이 안되어서 신뢰도가 떨어져..."
그녀는 종이뭉치를 쓸어 던지며 탄식했다.
"제대로 된 연구자료는 하나도 없는거야?"
그녀는 짜증이 나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단단히 결정되었다.
"필드워크로 직접 조사할 수 밖에."
그녀는 혼자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확고하고 강렬했다.
곧바로 그녀는 우편함에 쌓인 편지 뭉치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보라색 봉투가 그녀의 주목을 끌었다. 그것은 루미나에 정교회의 문장이 새겨진 봉투였다. 아리아는 그 봉투를 끄집어내고 흥미 없는 눈으로 그것을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봉투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런 다음, 그녀의 손은 어떤 봉투를 더 꺼내왔다. 그것은 다른 봉투들과 달리 매우 최근에 온 것으로 보였고, 그 위에는 진지한 빛깔의 모험가 길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새로운 던전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녀가 그 봉투를 열자, 거기에 적힌 글씨가 눈에 띄었다.
"이거 타이밍 좋네."
그녀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로브와 지팡이를 챙겨들었다.
셀레스 라이트위버는 루미나에 정교회에서 세상물정을 배우지 못한 채 자라난 순수한 신앙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교회의 높은 천장 아래서, 세상의 모든 이에 대한 그녀의 아름다운 박애적 심성을 키워나갔다. 교회 안에서 그녀의 눈동자는 늘 고요하게 단아한 모습을 비추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의 방문자들이 이야기하던 소문으로부터 던전이라는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던전의 공포스러운 존재와 그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어찌 그런 끔찍한 곳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나요?"
그녀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뒤 이어, 그녀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용기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잠시 더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정했다.
그녀는 교회의 성소를 몰래 빠져나와, 던전으로 향하는 모험가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그녀의 마음은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여신의 앞에서 약속한 것처럼, 자신의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빛내겠다는 결의를 했다.
"아무도 고통받지 않도록... 제 신성력은 그걸 위해 존재하고 있어요."
그녀는 속삭이듯 말하며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그녀는 조용하고 겸손하게,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으로 거리를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