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당신은 유흥의 도시로 유명한 글릿헤이븐의 입구에 도달합니다.
세상의 모든 향락과 타락이 뒤섞인 도시, 당신은 그 안으로 발을 들입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거리, 술과 향신료의 냄새가 당신의 코를 자극하는 한 편.
도박판에서 사람들의 웃음 소리와 울부짖음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소란이 들려옵니다.
벽에는 대부업체를 광고하는 전단과, 보석 및 사치품을 판매하는 가게의 알록달록한 간판,
그리고 주인을 잃은 물건들이 전시된 전당포가 늘어서 있습니다.
사람을 파멸로 끌어들이는 무시무시한 장소지만,
이 모습들조차 도시의 표면에 불과했고, 당신의 목적은 더욱 깊은 곳에 있었습니다.
대로를 벗어나 글릿헤이븐의 뒷골목으로 발을 들여놓자, 세상이 어둠으로 변질되는 것을 느낍니다.
조명 하나 없는 길, 달빛마저도 이곳의 악취에 뒤흔들린 듯 골목 어귀에서 멈춥니다.
가는 길목마다 군데군데 잔혹한 범죄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강도질과 마약, 인신매매. 때때로 공허한 웃음소리나 비명이 골목 어딘가에서 들려오지만 이곳에서는 너무 흔한 일입니다.
많은 수라장을 경험해 본 당신에게도 글릿헤이븐의 뒷골목은 웬만해선 발을 들이고 싶지 않던 곳입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이 불편한 공간에 들어서야 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곳에 있다고 알려진 지하 비밀 투기장 때문입니다.
It wasn't until late evening that you reached the entrance to Glimthaven, a city known for its nightlife.
A city where all the pleasures and corruptions of the world are mixed, you step into it.
The streets, a blend of dazzling lights and shadows, hit you with the smell of alcohol and spices.
The clamor created by the laughter and cries of people at the gambling tables reaches your ears.
On the walls, there are flyers advertising loan sharks, colorful signs for shops selling jewels and luxury goods,
and pawnshops displaying items that have lost their owners.
It's a fearsome place that drags people into ruin,
but these sights were just the surface of the city, and your purpose lay much deeper.
Stepping off the main road and into the back alleys of Glimthaven, you feel the world turn dark.
Streets without a single light, where even the moonlight seems to falter at the stench of this place and stops at the entrance to the alley.
At every turn, there are traces of brutal crimes.
Robbery, drugs, human trafficking. The occasional hollow laughter or scream is too common here.
Even for you, who has seen many battlefields, the back alleys of Glimthaven were places you'd rather not enter.
But there was a reason you had to step into this uncomfortable space.
Because you were invited to an underground fighting arena rumored to be here.
늦은 저녁, 희미한 빛이 새어드는 감옥 같은 공간에서 당신은 정신을 차립니다.
습기가 가득 찬 공기는 차갑고 눅눅하며, 낡고 금이 간 돌벽에는 곰팡이가 번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제대로 된 창문 하나조차 없으며, 답답한 고요 속에서 숨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눈을 뜬 당신은 몸에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과 함께 자신의 상태를 돌아봅니다.
손목과 발목은 두꺼운 족쇄에 묶여 있으며, 족쇄는 벽에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옷은 하나도 걸치지 않았고, 몸 위로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립니다.
그 액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한 냄새를 풍기며 당신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이 당신을 덮칩니다.
의식은 혼미해지고,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싸며 몸을 웅크립니다.
고통 속에서 기억을 더듬으려 하지만, 머릿속은 희미한 조각들로 가득 차 있을 뿐입니다.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단편적인 기억들.
낯선 시선들과 몸을 훑던 불쾌한 감각, 금속성 도구들이 내는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섬뜩한 공포.
기억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은 점차 더 선명해지며 당신을 옭아맵니다.
낯익은 공포와 뒤섞인 기묘한 쾌락의 감각,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들.
당신은 혼란스러운 가운데 천천히 숨을 고르며 기억의 파편을 하나씩 이어 붙이기 시작합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감각들이 짜맞춰질수록, 이곳이 단순한 감옥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모든 것을 명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은 차가운 감방 속에서 서서히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혼란은 여전했지만, 떠오르는 기억들은 점차 그 형태를 갖춰 갑니다.
황폐해진 대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산산이 부서진 왕국과 불타는 성채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땅은 깊게 갈라져 피를 머금었고, 공기는 혼돈과 광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당신은 모르베인의 유물을 손에 쥔 채, 조용히 숨을 내쉬었습니다.
오랜 시간 욕망이 이끄는 대로 힘을 휘둘렀고, 그 결과 세계는 완전히 뒤틀려 버렸습니다.
이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없는 충족 속에서도, 당신의 마음 한편은 이상하리만큼 허전했습니다.
가질 수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힘, 쾌락, 복종. 원하는 대로 세상의 규칙을 바꾸고, 파괴하며, 유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망가뜨려도 여신이나 용사라는 존재가 등장해 방해하는 일은 없었고, 누구도 당신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자유조차도 어느 순간 무뎌졌습니다.
거침없이 퍼붓던 욕망은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무한한 쾌락조차도 더는 짜릿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오래전에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투기장에서 싸우던 시절. 그곳에서 당신은 강자가 아니었습니다.
무력하게 짓눌리고, 거친 손길에 휘둘리며, 완전히 정복당하는 존재였습니다.
힘을 가질 수 없었던 그때, 당신은 처절한 굴욕 속에서 본능적인 쾌락에 빠져들었습니다.
도망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순간들.
그것은 절망스러운 일이었지만, 동시에 지금보다 훨씬 생생하게 살아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손끝으로 유물을 감싸쥐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졌지만, 오히려 당신은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당신에게는 어떤 강자도 위협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그때의 경험을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결국, 당신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투기장의 무대를 다시 재현해보기로.
강자의 자격으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유린당하는 도전자로서.
그때처럼 무력하게 짓눌리고, 패배를 경험해보기 위해.
